강원도 여행 이틀째

오늘은 집에 가는 날. 하지만 그 전에 둘어봐야 할 곳이 하나 있다. 산양 목장. 근처에는 양떼 목장과 대관령 삼양 목장 두 군데가 있는데 이 중에 어디를 갈까 고민했다. 2006년에 왔을 때 양떼 목장에 갔는데 비교적 면적이 넓지 않아 상원이를 데리고 가기에 적당해 보이긴 한데, 한번 갔던 곳에 또 가기 보다는 지난 번에 못 가본 삼양 목장에 가보는 게 좋겠다 싶었다. 미리 알아보니 버스를 타고 전망대까지 올라간 후 내려오는 거라고. 도보로 출발점까지 내려오면 1시간 20분 가량이 걸린다고. 내리막길이 많을 거니까 가능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중간 중간 버스를 타고 내려올 수도 있다고 하니 이번에는 삼양 목장으로. 그리고 여기에는 깜짝 선물(?)도 있으니

어떤 글에서 보니 꼭 아침 9시에 가란다. 안 그럼 양이 아니라 사람만 보게 될 거라고. 우리도 그래서 평소답지 않게 9시 반 경에 체크아웃을 하고 일찍 길을 나섰다. 리조트에서 삼양 목장까지는 20분 가량이 걸린 듯 하다. 시골 길을 가다 보니 어느 순간 나온 포스터 “이제부터 자연입니다” 이 말은 비포장 도로라는 말이었다. 그래로 적당히 다듬어진 길이라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알려진 이름에 비해 진입로가 의외였다.

흐렸던 어제와 달리 오늘은 그래도 날이 맑다. 오전이라 그런지 그렇다고 햇살이 따가운 것도 아니고. 한마디로 말하면 하이킹 하기 딱 좋은 날.

그래도 해발 1000미터가 넘는 곳이라 추울 거라고 주차 안내원 아저씨가 옷을 많이 껴 입으라고 하셔서 옷도 입고, 무릎 담요도 2개 챙겼다.

덕분에 귀요미 사오정이 된 상원이.

입구에 있는 단풍 나무 아래에서 한 컷. 사진 찍히기를 거부하시는 따님은 찍사. 근데 너무 멀다.
아직 단풍이 많이 오질 않아서 아쉽지만, 군데 군데 있는 빨간 단풍으로 만족해야 했다.

아침 9시는 아니지만 10시 경이었는데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다. 사진 오른 쪽에 있는 정류장에서 기다려서 버스를 타고 전망대까지 올라간다. 버스는 금방 금방 오기 때문에 저렇게 사람만 많지 않다면 기다림은 길지 않다. 승용차는 목장 입구 아래에 있는 주차장에 두고 조금(그래봐야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 걸어올라와야 하지만 버스는 사진 왼쪽에 있는 공간까지 올라올 수 있다. 왠지 손해보는 느낌.

버스 타고 올라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15-20분. 꼬불꼬불 올라가는 거리를 올라가면서 기사 아저씨가 이런 저런 설명을 해 주신다. 여기서는 무슨 영화, 드라마를 찍었고, 여기는 무슨 사연이 있고.

뭘 그리 생각하시는 가 우리 따님은.

버스가 내려 준 곳은 동해 전망대. 날씨가 좋은 날에는 멀리 동해 바다도 보인다. 어제와 달리 파란색 하늘이 너무 멋지다

낮은(?) 구름과 잘 어울리는 풍력 발전소. 뒤쪽에 있는 건 마치 구름와 닿은 듯 한 느낌이다

저 멀리 보이는 게 동해바다. 오늘 운 좋은 날이다. 날씨가 이렇게 좋으니

전망대 앞에 선 우리 아이들

엄마도 함께. 바람의 세기(?)는 엄마의 머리카락으로 대충 알 수 있을 듯

정말 전후 좌우 구름이 낮게 드리우진 풍경이 너무 멋지다.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어렵게 섭외한 모델 한 분. 넝마같은 담요가 좀 아쉽지만 ㅎㅎ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거니까 지겹겠지만 사진 많이 찍어야겠지

전망대에서 풍경을 즐기고 내려가는데 단체로 온 어른들은 등산복까지 제대로 차려입고 와서 산책로를 따라 걷는다.(요즘 외국에서 한국 사람인지 아닌지 제일 쉽게 아는 방법이 등산복 입었는지 보는 거라고 하던데) 버스가 네 군데 선다고 했는데 어디에 있는 지를 몰라 일단 버스가 다니는 길을 따라 걷기로. 유모차를 가져올 걸 했다는. 역시나 주차 안내원 아저씨가 계단이 많다고 가져가면 짐이 될 거라고 해서 그냥 올라왔는데 음. 맞긴 한데 그래도 우리 유모차는 가벼워서 가져와도 될 뻔 했는데… 하긴 나중에 짐 든 거 생각하면 유모차를 안 가져간게 잘 판단한 거긴 했다. 다행히 상원이가 재밌어서 그런지 안아 달라는 말도 많이 안하고

엄마 안아주세요.(그 전까지는 아빠가 안고 왔는데 윽 무겁다 이 녀석)

토끼풀 가지고 왕관을 만들고 있는 누나와 그 옆을 졸졸 따라다니는 동생

드디어 버스 정류장이다

첫번째 버스 정류장 근방에서 찍은 전망대 쪽. 역시 구름이 멋지구나

버스를 타고 조금 가니 다른 정거장이 나왔다. 여기에서 양 30마리 정도가 있다고. 버스 기사 아저씨는 ‘여기 30마리 밖에 없어요. 별로 볼 거 없어요’ 했지만 그래도 가까이에서 양을 볼 수 있으니 내렸다.

새하얀 양은 그냥 만화에나 나오는 거고, 실제 양은 엄청 지저분하다. 흙인지 응가인지도 막 털에 달고 다니고

그래도 아이들에게는 그런 거 상관있나
먹이만 주면 되는 거지. 아 먹이 주는 손이 가려졌다.

끊임없이 먹는 녀석들

이번에는 제대로 찍었다.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는 건 참 신기하다.

역시 왠지 모를 데쟈뷰. 2006년에 양떼 목장 갔을 때 누나가 양 먹이 주던 모습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나와 유명해진 나무라고 한다.

매일 사방이 건물로 막혀있는 환경에서 살다 이렇게 사방이 트인 공간에 오니 너무 좋다.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 할텐데 그게 어려우니

정류소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다음 정류소에 내렸다. 여긴 젖소가 있는 곳.

겁 없는 아이 이번에는 젖소에게 풀 주기

평소 겁이 그렇게 많은 녀석이 어쩜. 신기하네. 근데 상원아 눈 좀 크게 뜨지 그랬어

다시 버스를 타고 내려오는데 마지막 정류소에는 타조가 있는데 바람 부는 언덕에서 2시간 가량 있어서 그런지 다들 시큰둥하다. 그래서 그냥 정류장까지 내려왔다. 그리고 이내 달려간 곳은 휴게소 🙂

휴게소에서는 삼양에서 나온 여러가지 컵라면을 사먹을 수 있는 곳. 우리도 사먹고 바로 옆 가게를 약탈했다.
옆 가게에서는 삼양에서 나온 과자나 라면을 30% 가량 할인한 가격으로 팔고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하나만 사지는 못하고 한아름씩 들고 갔다. 우리도

라면을 들고 이제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본 아까 그 정류장. 역시 늦게 왔으면 저기서 시간 다 보낼 뻔 했다. 버스를 타고 올라갔어도 사람들이 바글바글할테니 제대로 여유있게 즐기지도 못했을 거고. 일찍 온 건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는

오늘 아침에 세운 계획은 아침에 삼양 목장 가서 구경하고, 점심은 다시 동해로 가서 물회 먹고, 커피공장 구경하고 집에 가는 거였는데 일단 1단계는 했고, 고속도로를 타고 동해로 향했다. 어제 쓴 글에서 말한대로 동해 몇 곳에 있는 동네별 유명한 회집을 골라놨는데 사천항에 있는 물회로 유명한 가게가 장안횟집. 평소에도 줄을 서서 먹어야 한다고. 어제는 회를 먹느라 이번에 못 먹나 싶었는데 오늘 계획을 이렇게 세워서 맛을 접할 기회를 얻었다.

장안횟집은 따로 회를 팔지는 않고, 오징어 물회가 주력 메뉴다. 아쉽게 처음 음식이 나왔을 때 사진을 찍어놓지 못했지만 음.. 맛있다. 새콤달콤한 물회도 맛있고, 오징어회덥밥도 맛있고. 그런데 정말 소문대로 미역국이 대박. 물회도 맛있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미역국이 더 맛있었다는. 엄마가 물어보니 미역이 다르다고 한다. 역시 재료가 좋아야



생선(오징어) 구경하는 아이들. 어제 횟집에 갔을 때 자고 있어서 생선을 보지 못한 상원이 여기서 처음 생선을 보는 건가?

시간이 되면 바닷가도 구경시켜 주고 싶었는데 벌써 2시가 넘었다. 테라로사 커피 공장에도 들르려고 했는데 거기까지 가는데 40-50분 가량 걸릴 듯 하고, 거기서 다시 영동 고속도로 타는데 시간이 또 꽤 걸릴 듯 해서 결국 커피 공장은 포기하고 바로 집으로 가기로. 연휴라서 여행을 많이 갔을 듯 하고, 덕분에 귀경 차량이 많을 것으로 보여 은근 걱정됐다.

하지만 길이 밀리는 것보다 더 문제는 졸음. 점심 먹고 바로 출발한 터, 거기에 햇볕도 졸음을 마구마구 부른다. 왠만하면 좀 가다가 휴게소에서 쉴텐데 이번에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서 길 옆에 있는 졸음 쉼터(?)에 차를 세우고 잠깐 눈을 붙이기로 했다. 이미 다른 가족들은 모두 꿈나라에 가 있고. 잠깐 눈을 붙인 것 같은데 40분을 잤다. 그래도 낮잠을 자고 나니 피로가 많이 가셨다. 다시 집으로 출발~

중간에 밀리기도 하고, 쌩쌩 달리기도 하고. 덕평 휴게소에 들렀다. 지금까지 다녀온 곳 중에 제일 멋진 휴게소였는데 다른 휴게소와 달리 주차장쪽에 가게가 없고 모두 건물 안쪽에 있다. 메뉴도 다르고

얼떨결에 저녁을 해결했는데 이름만 듣던 부산 씨앗 호떡 그리고 이름을 까먹은 도시락. 실은 저 도시락도 2개를 먹었고, 호떡도 2개. 그리고 그 전 후로 부산 오뎅도 먹었다는. 난 개인적으로 매운 부산 오뎅이 제일 맛있었다. 음 또 먹고 싶다. 덕평 휴게소는 서울에서도 1시간 거리라 지인들 말로는 평소에도 일부러 가기도 하고, 고속도로를 타면 꼭 들른 곳이라고. 먹거리 말고 뭐가 좀 더 있으면 정말 애써서 가도 될 정도의 공간.

급하게 잡은 1박 2일 여행이었지만, 그래도 알차게 보냈다. 곤돌라도 타고, 바닷가도 보고, 삼양 목장도 너무 좋았다.
상원이가 바닷가를 못 간거랑 강원도에 커피가 유명한데 테라로사 커피 공장에 못 간게 아쉬운데 그건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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