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들

어린이 집을 다니면서 배운 말 중 하나가 ‘방구’다. 그런데 유쾌한(?) 느낌을 주는 이 단어가 꼬마 녀석에게는 다른 사람을 놀리는 용도로 쓰이는 동시에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 붙이는 접미사처럼 쓰이는 것 같다. 그리고 가장 많이 사용되는 대상은 아빠다 -_-;;;

뭐가 그리 바쁜지 첫째 아이에게 쏟았던 시간만큼 둘째 아이에게는 쏟지 못(않?)하고 있다. 부자간이라는 피할 수 없는 외디푸스 컴플렉스때문인지, 8년 전보다 힘들어진 녹녹치 않은 현실때문인지. 그래도 모든 게 핑계겠지. 덕분에 늘(?) 잘해주는 엄마를 유난히 찾고 의지한다. (이런 걸 보면 딱 나를 닮았다. 나도 한시도 엄마 등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고 했는데)

어제는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 책을 읽어주라는 엄마의 어명을 받았는데 그 말을 같이 들은 상원이는 “아빠 싫어~” 라며 장난감을 계속 논다.(물론 저 말할 때의 뉘앙스는 장난반 진심반이다. 적어도 내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정말로)

평소같았으면 “그래”하고 내 책을 보거나 컴퓨터 앞에 앉았을 텐데 어제는 그냥 책장에서 책을 하나 꺼내 소리내어 읽었다.

‘짹짹짹’ 새소리가 들리네요. 새들이 벼를 마구 쪼아 먹고 있어요.

허수아비맨…..

이내 녀석이 달려온다. “허수아비맨?”

연달아 5권을 읽었다.

그리고 놀이터에 가고 싶다는 녀석을 데리고 나갔다. 줄넘기를 하고 싶어하는 누나는 콧물이 조금 나는 듯 해서 집에서 쉬라고 하고, 덕분에 단 둘이 나갔다. 마침 자전거도 없어서 그냥 놀이터에서 그네 타고, 달리기하고.

너무나 나를 닮아 자석의 N극끼리 밀쳐내는 것 같은 상원이와 1cm 는 가까워 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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