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갈치 목욕

2월 중순에 우리 가족과 함께 하게된 일명 ‘은갈치’. 딜러 말에 의하면 ‘푸른색이 도는 은색’이라고 하지만 암튼 별명을 ‘은갈치’라고 지어줬다.

출고 후 세차 한 번 안 해서 꼬질꼬질. 특히 아직 여기저기 공사하고, 황무지같이 건물이 없는 공간이 없는 집 주변 상황 덕에 흙먼지로 뽀얗게 코팅이 되었다. 그래도 앞 쪽은 눈 한번 질끈 감으면 되는데 트렁크 쪽은 어찌 할 수 없을 정도로 흙먼지 팩을 한 상태라, 트렁크 열려고 손대면 휴…

그러다 오늘 우연히 하남 근처에 갈 일이 있어 하남에 생긴지 오래되지 않은 셀프세차장이 있다고 해서 들렀다. 왠지 필요한 용품도 팔 것 같아서.

셀프세차는 2000년에 난생 처음 산 아반테 몰 때 몇 번 회사 근처에서 한 적이 있는데, 그때는 지금처럼 토요일 휴무가 아니라서 토요일 출근해서 4시간 하고 퇴근하기 전에 들러서 세차를 몇 번 한적이 있다. 용품이라고 해봐야 세차장에 있는 고압수랑 세제 나오는 거 500원짜리 동전 넣어가면서 했던 기억이 난다. 타올도 마트에서 샀던 거 썼던 기억이. 한번 하면 1시간 넘게 걸렸는데 무척 힘들었다. 딱히 깨끗하게 하지도 않았는데. 군데 군데 지저분 한 때가 남아서 결국 타올로 닦아냈는데.

세차장 가니 다행히 빈 자리가 몇 군데 있다. 기다려야 하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 잠깐 주차하고 가게에 들어가 점원에게 설명 듣고 필요한 용품 몇 가지 샀다. 세차장 사용에 필요한 충전 카드 사고, 드라잉 겸용 타올 하나, 버킷 그리고 워시미트라고 거품 세차할 때 사용하는 수세미 같은 거.
버킷을 샀으니 나중에는 카샴푸 사면 조금 더 저렴하게 할 수 있겠다. 나중에 보니 휠에 뿌리는 것도 있던데 그건 안 샀다. 오늘은 일단 타이어는 고압수로 흙만 털어주는 수준으로.

고압수를 차에 뿌리니 금새 흙탕물이 차를 뒤덮는다. 속이 다 시원하다. 이제 흙 먼지도 많이 털어냈으니 차가 가벼워져서 연비가 좋아질 것 같은 착각도…

고압수로 한번 씻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고 하는데 점원이 한명 오더니 세차를 가르쳐준다. 폼건인가 하는 걸 가지고 차 전체가 거품에 쌓이게 한다. 그리고는 아까 산 워시미트로 때를 닦아내란다.
시키는 대로 구석 구석 차를 닦고, 다시 고압수로 씻어내니 세상에 넌 누구니. 너의 본 모습이 이랬는데 이걸 잊고 있었구나.

그늘에 가서 물기를 닦고 있는데 아까 그 점원 아저씨(청년) 다시 오더니 ‘이건 아냐’ 하는 표정으로 ‘왁스’한번 하시죠 한다. 왁스 까지는 안하고 물만 묻히고 갈 요량이었는데 차 때가 덜 탄다는 말에 홀랑 넘어가서 추천해준 왁스를 하나 구입했다. 역시 시범을 보여준 대로 왁스질을 했더니 정말 다르긴 다르다. 왁스 바른 후에 손등으로 차 면을 밀어보면 슬슬 밀린다. 뭔가 막 코팅이 된 느낌 같은 느낌.

대략 1시간 안 걸린 것 같은데 그 결과물이다.

운전하고 집으로 오는데 사이드미러에 보이는 차 옆면에 주변 풍경이 반사되는 걸 보니 너무 낯설다.

한 두 번 더 하면 좀 더 적은 양의 물과 힘을 덜 들이고 세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근데 집에서 30분이나 걸려서 자주 가기는 힘들 듯… 분기 당 한번 정도??

때로는 가장 믿었던 걸 의심해 보는 것도

이전 글에서 적은 대로 집안을 우선 100Mbps로 만들었다.

이제 이걸 1Gbps로 바꾸면 되는데 사용하는 장비나 케이블은 모두 1Gbps를 지원하는 놈들인데 이상하게 링크가 100Mbps로 잡힌다. 눈에 보이는 케이블은 모두 1Gbps 속도를 지원하는 CAT 5e라고 적혀있고, 예전 집에서 잘 썼던 것들인데.
대신 명확하게 눈에 CAT 5e라고 보이지 않는 케이블이 의심스러워 그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그러다 혹시나 하고 벽에서 각 장비까지 연결하는데 사용한 CAT 5e라고 적혀있는 선을 한번 새로 구입한 것으로 바꿔봤다. 그랬더니 헐…. 당당(?)하게 1Gbps로 인지가 된다.

설마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것만 의심했는데 눈으로 확인한 것이 문제의 원인인 경우다.

아무리 해석해도 논리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문제는 때로는 믿었던 가정을 다시 의심하는 것이 해결책을 제시할 때가 있다.
회사에서도 어떤 문제가 있을때 그 문제와 함께 제공되는 다른 사람이 기술한 문제와 관련된 현상이나 증상이 잘못되어 엉뚱한 것을 의심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때로는 남들이 ‘사실’이라고 명시한 것에도 의문을 가져보는 것도 문제를 다른 방향에서 바라볼 수 있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나저나 1Gbps로 인식은 다 되는데 왜 NAS에서 파일 복사하는데 100Mbps를 가까스로 넘는 속도 밖에 안 나오지. 맥 미니 끼리는 1Gbps가 나오는데

100Mbps로 집 네트워크 개선

이사 온 후에 이전 집하고 비교해서 달라질 거라고 기대한 것 중 하나가 집안 망 구성이다. 요즘 집은 집 지을 때부터 기가빗 망을 구성할 수 있도록 랜 선을 가설해 놓는다고 한다. 최소한 Category 5e 급으로 해서 기가빗으로 집안을 꾸밀 수 있고, ISP에서 제공하는 기가빗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 인터넷까지 기가빗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전까지 살았던 집은 모두 30년이 된 아파트라 랜선 내장은 생각도 하지 못하고, 당연히 외부에서 들어온 랜선을 공유기에 물리고, 다시 공유기에서 랜선으로 유선 랜이 필요한 장비까지 연결했다. 덕분에 집안에 랜선이 날아다니는 게 보통이었는데 지난 번 살던 집은 거실에 공유기를 두고, 안방에 있는 맥미니랑 랜선으로 연결하느라 선을 문 주변으로 돌렸다.

이번 집은 명색이 2014년에 지은 집이라 집안 기가빗 망은 문제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절반만 맞은 것 같다. 랜선이 5e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긴 한데, 그것들을 서로 연결해 주는 단자함에 스위치가 각 방에 연결된 랜선이 하나 뿐이라는 점이다. 요즘 짓는 아파트는 각 방마다 랜선과 전화선이 있는데 랜선과 전화선이 모두 랜선으로 연결할 수 있어 단자함을 통해 외부에서 들어온 인터넷을 보통 거실에 연결된 공유기로 바로 보내고, 그 공유기에서 선 하나를 전화선을 통해 다시 단자함으로 갔다, 다른 모든 방의 인터넷 선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외부 <--> 단자함 <-랜선-> 거실 공유기 <-전화선-> 단자함 <-랜선-> 다른 방

그런데 지금 사는 집은 단자함과 각 방 사이에 전화선이 없어 저렇게 공유기를 거실에 두고, 전화선을 이용하는 방법이 불가능하다. 다. 할 수 있는 방법은 단자함에 공유기를 직접 넣거나, 거실에 공유기를 두고, 각 방에 유선 랜이 아니라 무선으로 연결하는 방식 뿐이다.

당장 이사온 후에는 후자를 사용했다.

외부 <--> 단자함 (스위치) <--> 거실 공유기 <------> NAS
                                    <-WiFi-> Mac mini 등

그러다 보니 100Mbps로 연결된 NAS(거실에 있는 AirPort Express Base Station이 유선 랜을 100Mbps만 지원)랑 Wifi(802.11n)로 연결된 맥 미니 사이에 파일을 옮기는데 속도가 고작 10Mbps밖에 나오질 않는다(집 벽이 두꺼워서 그런가? 어차피 투과하는 게 아니라 돌아가는 거 일텐데) 아무튼 덕분에 NAS에 있는 720p 동영상을 하나 볼 때도 중간 중간 버퍼링해야 해서 민심이 들끓었다.

그래서 일단 NAS랑 Mac mini라도 유선으로 연결하기 위해(가장 쉬운 방법은 안 방에 공유기, NAS, Mac mini를 모두 두면 되지만 걸리적 거리고, 소음 문제가 있다) 단자함에 유선 공유기를 넣기로 했다. 유무선 공유기를 넣어도 되지만, 어차피 단자함에 같여 무선 랜 효율이 많이 떨어진다는 이슈가 있고, 지금 사용하는 AirPort Express Base Station은 Wave 스피커랑 연결해서 무선으로 편하게 이용하고 있어 옮기기도 쉽지 않다.

결국 유선 공유기를 사용하기로 했는데 국내에서 유선 공유기는 쓸만한 제품이 없다. 대부분 i모사 제품을 사용하는데 제품 신뢰성에 불만이 많다. 특히 어댑터가 A/S 기간이 끝나면 망가지는 경우가 많다고. 그래서 Amazon을 찾아보니 예전에 한번 다른 곳에서 들었던 MikroTik 라우터가 많이 안 비싸다는 걸 알게됐다. 작은 CISCO router라고 불릴 정도로 기능이 많은데(물론 대부분 내가 사용하지는 않을 기능 이지만) 제품 자체에 대한 평이 좋아서 구입하기로 했다. 단 하나 걸리는 건 기능이 너무 많다 보니, 그리고 공유기로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기능을 제공하다 보니 오히려 공유기로 사용하려면 설정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는 거. 지금 사용하는 AirPort Express Base Station은 Apple에서 만든 제품 답게 직관적으로 몇 가지만 설정하면 신경 쓸게 없는데 전혀 반대의 성질을 가진 놈이라는 거다. 그래도 딱히 대안도 없고, 그 설정이라는 것이 결국 업무에서 몇 번 봤던 Linux iptable 이란 걸 알기에 시도해 보기로 했다.

배송대행 업체를 통해 도착한 라우터는 기대대로 작았다. 기존 단자함에 있던 스위치를 대체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의 크기라 맘에 든다(단자함을 정말 작게 만들어 놨다. 그 공간 좀 더 쓰면 내구성이 떨어지려나? 좀 넓게 만들고, dummy hub도 RJ45 타입 커낵터로 쓰게 하지 업자 아저씨 참)

이제 변경된 구성은

외부 <--> 단자함(라우터) <---> 거실, 기가빗 Switch <---> NAS
                                            <---> 공유기  <-WiFi-> MBPr, iPhone, iPad
                    <---> 안방, mac mini

가장 핵심적인 내용은 NAS와 안방 mac mini가 유선으로 연결되었다는 점이다. 덕분에 이전에 20분 걸려 옮기던 1.5GB짜리 파일이 이제 2분이면 옮길 수 있다.

이제 남은 건 단자함에 있는 dummy switch와 라우터 간의 연결을 기가빗으로 바꾸는 것. 지난 번에 KT에서 아저씨들이 오셔서 작업할 때 작업을 쉽게 하려고 랜선을 100Mbps만 지원하도록 해놨다. 그때 미리 기가빗으로 해놓으라고 말을 했어야 하는데. Category 5e 이상이면 기가빗이 나오는데 이중 4가닥만 사용하면 100Mbps만 지원되고 8가닥을 모두 사용해야 기가빗이 나온다고 한다. 나름 네트웍 장비 만드는 회사에서 일을 하지만, 랜선 만들어 본지도 10년이 넘었고, 우리는 당연히 늘 8가닥을 모두 연결하기 때문에 저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저렇다니..

이제 저것만 하면 집안의 유선 랜이 모두 기가빗으로 바뀌는데 이건 또 언제하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