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페인트 칠일까

2018.05.22

아마도 이 집에서는 마지막 페인트 칠이 아닐까 싶은데(소소하게 긁힌 곳을 보수하는 건 있겠지만 이렇게 넓은 면적을 하는 일은 이제 없을 듯. 힘들다) 현관문을 열었을 때 보이는 체리색의 신발장이 그 주인공이다.

특별히 상한 부분이 없어 깔끔하긴 한데 색깔이 칙칙하다 보니 집에 들어올 때 기분도 같이 칙칙해 지는 것 같아. 그리고 누가 디자인 했는지 정말 물어보고 싶지만, 여닫이 문 형식인데 한쪽만 손잡이가 있어서 꼭 손잡이가 있는 쪽을 열어야 나머지 한쪽도 열 수가 있는 모양이다. 그래서 일찌감치 손잡이를 사 놨는데 그때부터 미리 신발장을 흰색으로 칠할 생각을 하고, 검은색 손잡이를 구해놨다.

천장 등에 이어 상원이 방까지 얼추 정리하고 나니 이제서야 짬이 난다.
그래서 샌드위치 데이까지 있는 사흘 연휴를 이용해서 다시 페인트 통 뚜껑을 땄다.

정석대로 젯소 두 번 칠하고 페인트도 두 번 칠하고.
저녁에 시작해 젯소 한번 칠하고, 2시간 가량 기다렸다 다시 한번 칠하니 하루가 간다.
젯소는 어차피 페인트를 칠하기 위한 밑그림이니까 대충 대충 칠해도 되지만 흰색이다 보니 가급적 체리색 바탕이 보이지 않도록 고르게 발라줬다.
현관문이라 다른 곳과 달리 조명이 불량한 게 가장 힘든 일이었다는. 현관등이 센서등이라 작은 스탠드 2개를 켜놓고 했는데 그래도 한쪽에서 비치는 스탠드로는 색을 제대로 칠하는 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페인트를 칠할 때는 덩실덩실 춤을 추면서 해야 했다는. 신발장을 하다 보니 중문이랑 사이에 있는 기둥도 어쩔 수 없이 칠해야 하고, 또 신발장이랑 현관문 사이에 있는 기둥도 어쩔 수 없이 칠해야 해서 생각보다 전선이 넓어진 것도 힘들게 한 점이었다.

마지막으로 힘든 건 앞에 보이는 면만 칠하면 되는 게 아니라 적어도 옆면이랑 문을 닫았을 때 보이는 면을 칠하기 위해서는 문을 열어서 칠하고, 마르면 문을 닫고 바깥쪽을 칠하는 번거로운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는…

페인트를 두 번 칠하고 나니 그래도 봐줄만한 모습이 나왔다. 하긴 페인트 칠은 뭐든 멀리서 보면 다 괜찮아 보이는다는… 디테일이 숨겨지니.

칠을 한 후 며칠 후에 퇴근 후에 맘 먹고 손잡이를 달기로 했다. 집에 있는 전동 드릴만 믿고 쉽게 될거라고 생각하고…
손잡이를 달 때 가장 힘든 일은 두 개 위치를 맞추는 것. 신발장이 총 4짝 문으로 되어 있어 2개씩 손잡이를 달았는데 두 개씩 비슷한 높이에 있어야 하고, 4개 역시 얼추 비슷한 위치에 있어야 이쁘게 보일 거라.
수평 맟주는 장비랑 자 그리고 연필을 들고 선을 그어가면서 손잡이를 고정할 위치를 신중하게 결정해서 작업했다.
실제 작업은 전동 드릴로 구멍을 뚫어 손잡이와 함께 들어 있는 나사를 안쪽에서 넣어 손잡이와 연결하면 되는데 나사 굵기가 애매해서 전동드릴 비트 선택이 고민스러웠다. 3mm짜리를 사용했는데 살짝 가늘어서 나사를 박을 때는 힘으로 드리어버를 돌려 나사를 박아야 했다. 생각해 보면 그냥 다음 굵기의 비트를 사용해서 구멍을 뚫어도 문제는 없는데 그럼 나사에 비해 구멍이 너무 넓어서 나사 위치를 선택하기가 애매할 것 같기도 하고, 드라이버로 돌리면 일단 돌아가니 그냥 힘으로 밀어부쳤다. 덕분에 손바닥에 물집이 잡힐 뻔 했다는…

그렇게 혼자서 한 시간을 낑낑거린 끝에 깔끔하게 손잡이까지 달았다.

정말 환한 모습으로 출입구가 달라지니 집에 들어올 때 느낌이 다르다.

이번에도 수고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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