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Life

책은 왜 읽는 걸까

십 수년 전에 술자리에서 한 선배가 이런 질문을 한 적 있었다. 너는 왜 책을 읽느냐?

‘어, 독서는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너는 왜 책을 읽느냐고?’

내가 개념부터 쌓고 나아가는 스타일이 아니다 보니 이런 근본적인 개념이나 의문에 대해 물으면 당황하기 일쑤 였다. 그때도 책 읽는 이유에 대해 달리 생각해 보지 않고, 그저 책을 통해 모르던 새로운 사실을 배워 성장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그렇게 생각했었고.

책을 읽어도 자꾸 앞에서 읽은 내용을 까먹는다.

어릴 때는 좀 덜 했지만, 지금은 책 한 장 읽고 다음 장을 넘기면 앞 장이 기억나지 않아 책을 읽는데 들인 시간에 비해 효과가 너무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 장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책의 마지막 장을 읽고 책을 덮은 후에 책에서 말하는 내용이 뭐였는 지를 기억한다는 건 언감생심이 되어 버린…

그래서 빌려온 책은 컴퓨터에 열심히 옮겨 적기도 하고, 구입한 책에는 포스트잇도 붙이고, 줄을 치기도 하고, 옮겨 적은 내용을 블로그에 올리기도 하고 그랬다.

다만, 어떤 방법을 사용해도 좀처럼 다시 볼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는. 기억나지 않는 책 내용과 함께. 심지어 책을 읽었다는 사실조차도 잊어비릴 때가

‘왜 책을 읽을 까?’ 여전히 책을 통해 새로운 걸 배울 수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꼭 그래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통해 뭔가 새로운 걸 배우고, 인상적인 문구가 기억이 나서 옮겨 적었지만 이내 까먹고. 뭔가 소용없는 시간을 보낸 듯 하지만, 그래도 책을 읽으면서 행복했으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꼭 내가 어제 보다 더 성장하기 위해 책을 읽어야겠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는 건 어떨까.

그래도 한번 읽고 힘겹게 옮겨서 적은 내용을 다시 보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어딘가에서 읽은 팁은 옮겨 적은 글을 무작위로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것도 역시 또 다른 필요조건 이겠지만) 그러면 다시 한번 더 생각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