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le

내 또래 많은 이들이 Apple과의 만남은 Apple II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체 컴퓨터를 팔던 금성 계열(지금은 LG)에서 일하시던 아빠 덕(?)에 어릴적에는 Apple이라는 컴퓨터가 있는 지도 몰랐다. 당시에 내 주변에는 LG패미콤인 FC-30, 80, 100 그리고 150 그리고 컴퓨터 학원에서 많이 사용하던 삼성 SPC-1000/1100등이 대부분 이었다. 아마도 국민학교(지금은 초등학교) 4학년 때 즈음으로 생각하는데 3? 6?개월 가량 컴퓨터 학원을 다녔다. 컴퓨터는 아버지가 회사에서 사오셨는데 할당이 나온 건지, 아니면 임직원에게 싸게 나온 건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는 통 크게도 가장 고급모델(모델명의 숫자가 가장 큰 거) FC-150를 들고 오셨다.(사진 출처 : http://zecca.tistory.com/185)

컴퓨터 팩을 사용해서 여러가지 기능을 이용할 수 있었고, 카세트 테이프를 연결해서 사용할 수 있었다. 아쉽게도 컴퓨터 살때 딸려온 BASIC과 한글 팩만 가지고 있 아파트 옆 동에 살던 친구 녀석에게 ‘코브라(?)’ 게임 팩을 종종 빌려 하곤 했다. 당시에는 컴퓨터는 무조건 TV에 연결하는 제품이라 컬러도 나왔다는.

컴퓨터 학원에서는 주로 GW-BASIC을 이용해 컴퓨터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걸 배웠다. 그래봐야 아주 초보적인 수준이었지만. 그나마도 몇 달 다니고 엄마의 종용으로 그만 다녀야 했다. 기본만 배우면 된다고 학원비를 안 주셨다는. 그때 집안 사정이 안 좋아져서 그런 건지 정말 기본만 배우라는 생각을 하신 건지. 아마도 게임밖에 안 한다고 생각해서 그러신 게 아닌가 싶다.

그 후로 중학생때는 컴퓨터를 만질 생각도 못하고, 고등학교때 사정은 달라지지 않았다. 하긴 중학교때는 노느라, 고등학교때는 공부하느라 바빴으니. 지금 생각하면 참 열심히 했는데. 아침 자율부터 밤 10시까지 야간 자율학습했던(9시 40분인가?) 그래서 그때는 하교길에 비슷한 동네에 사는 친구들끼리 모여 봉고차를 타고 집에 갔다. 당시에는 아빠가 근무하시던 회사의 사택에 살아서 어릴 때 부터 같이 커온 친구들이 많아서 그 친구들만 해도 봉고 1대로는 부족했으니.

그러다 어떻게 컴퓨터를 다시 알게 되었는데 당시 세상은 이미 IBM 16bit(XT/AT)가 세상을 평정한 이후였다. 몹시 컴퓨터는 하고 싶었는데 그렇다고 당장 컴퓨터도 없고(집은 물론이고 주변에 컴퓨터는 콧배기도 보이지 않을 만큼 촌동네였다. 그렇게 촌은 아니었는데 -_-). 그래서 당시 유행하던 컴퓨터 잡지 하나를 사서 친구녀석에게 맡겨놓은 후 학력고사를 치고 돌려 받아서 봤던 기억이 난다. 그 친구는 먼저 시험 치는 KAIST에 입학한 상태가 조용히 책만 보는 친구였는데(이름도 기억난다. 오지웅. 나중에 같은 회사에 있는 걸 알게됐는데 지금도 있는 지 궁금하네)

아무튼 컴퓨터를 하고 싶어서 전자공학과로 진학했고(결론적으로 컴퓨터를 제대로 하려면 전산과를 했어야 하는데…) 대학교 1학년때 당시 최신 CPU였던 386DX 에 컬러 그래픽 카드인 Trident를 내장한 IBM 컴퓨터를 구입했다. 당시에 학교 4학년 선배이면서 용산에서 가계를 내서 컴퓨터를 조립해서 팔단 선배 가게에서 구입했는데(김용선 선배였던걸로 기억…) 이미 대학생이었던 친형덕에 286컴퓨터를 가지고 있던 영수랑 아직 컴퓨터를 구입하지 않은 승범이랑 하숙집에서 페르시아의 왕자를 참 많이도 했다. 내 컴퓨터를 통해 처음으로 컬러화면으로 페르시아 왕자를 해 보고, 발자국 소리를 16비트 사운드 카드로 들었다는 영수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ㅎㅎ

이미 전 세계는 IBM 호환계열이 지배하고 있던 시대였다. 덕분에 PC면 IBM호환 계열이었는데 어느 날 수학 공식을 이용해서 그래프를 그리는 숙제가 있었다. 나름 책을 보고 공부해서 그래픽 라이브러리를 사용해서 멋지게 그래프를 그려갔는데 친구 하나가 조금 다른 그래프를 그려온 거 였다. 당시에는 지금처럼 GUI(Graphic User Interface)가 아니라 CUI(Character User Interface) OS인 DOS 환경이었는데 그 친구는 매킨토시라는 컴퓨터를 사용한다는 거였다. 세상에. CUI가 아니라 GUI를 사용한다고. 그때의 충격적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2학년 때였는데 세상에 이런 컴퓨터가 존재한다니. 당시에 Apple 컴퓨터는 지금처럼 애플에서 직접 파는 게 아니라 앨렉스 컴퓨터라는 회사를 통해 팔았다. 문제는 이 알렉스 컴퓨터가 아주 악명이 높았다는. 비싼 가격에 적은 수요 덕에 한글 지원도 상대적으로 부실하고, 사용자가 적으니 그 만큼 문제가 생겨도 해결하기가 어렵고. 아무튼 그때는 신선한 충격이었지만 여전히 나랑은 관계가 전혀 없는 걸로만 생각했다.

IBM 컴퓨터에서 DOS에 Norton Utility나 PC-tools를 사용해서 컴퓨터를 관리하고, Turbo-C 2.0으로 프로그래밍 숙제하고 한메한글로 타자 연습하고, 글쓰는 숙제는 HWP 1.5x로 작성하고. 그러나 역시 2학년때 5.25인치 디스크를 수십장을 플로피 드라이브에 넣어야 설치할 수 있는 Linux를 처음 봤다. 일반 사용자가 쓸만한 OS는 아니었고 당시 전산과 동아리에서 정기 전시회 할때 처음 봤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 유명한 배포판은 Slackware로 프로그램 별로 시리즈가 있어서 기본인 되는 a 시리즈, X window 관련인 x 시리즈 그리고 gcc가 담긴 g 시리즈가 각각 많게는 10여장 까지 별도의 디스크에 담겨있어 설치 과정부터 멋있었다. 뭔가 있어보였던. 그래봐야 전시했던 건 고양이가 뛰어다니는 Neko나 xload, 마우스 커서를 따라다니는 x-eyes 정도 였다. 당시에는 X window 용 그래픽 라이브러리가 편한게 없어서 프로그램 작성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또 다른 쪽에서는 아마도 3학년때였던 걸로 기억나는데 MS Windows 3.0이 나왔다. 참 허접했는데 이내 3.1이 나와서 다시 한번 컴퓨터 환경에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당시에는 IBM에서 나온 OS/2 Merlin/Warp 등도 있었다. 지금은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이미 이때부터 Anti-MS가 된 다는 OS/2를 설치해서 써보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아쉽게도 Warp를 마지막으로 단종되어 버렸지만. 당시 OS/2는 객체지향이라는 개념을 가지고 나와 여전히 모든 프로그램들이 하나의 갇힌 창에서 실행되어야 했던 MS Windows와 달리 화면의 가장자리에 테두리가 없어 넓은 느낌을 줬다. 지금 생각해도 훨씬 세련된 화면이고, 32비트 전용 실행이 가능해서 안정성도 뛰어났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쉽게 IBM에서는 판매를 위해 MS windows의 일부인가 아니면 반대인가로 번들 형태로 팔기도 했지만 당시 IBM의 쇠락과 같이 몰락을 면하지 못했다.(전화 위복처럼 지금은 IBM이 솔류션회사가 되어있지만)

첫 만남

나의 맥과의 만남을 돌이켜보기 위해 1980년대까지 돌아가 봤는데 대학원을 졸업하고도 회사에서 몇 년을 일하고도 애플이라는 존재는 내게 없었다. 그러다 2005년 5월 4일 드디어 나도 애플 제품을 갖게 되었다.
뭐가 계기였을까? 뜬금없이 왜 애플컴퓨터를 사고 싶었을까? 다시 돌이켜 봐야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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